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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불러오기 전 마지막으로 린다와 정사를 한 후로 바르컨은 린다를 안지 않았다.
그건 알리나의 반대도 있었고, 바르컨도 위험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린다는 다른 행동들로 대체할 수 있다 말하며 동침을 요구했지만, 알리나가 잔뜩 겁을 준 상태라 바르컨은 린다의 요구를 거절했었다. 그런 바르컨이 의식이 끝난 마녀들과 계속 정사를 벌이자 알리나가 화를 터트렸었다. 프이페가 그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바르컨을 떠났을 때 알리나의 화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바르컨이 의식이 끝난 후에도 정사를 벌인 이유는 스스로의 수련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 점을 린다는 알고 알리나는 모른다. 린다의 심정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그걸 용인해주고 있었다.

1년이 지나 바르컨이 제국으로 향할 때, 의식을 치룬 마녀들 중 바르컨의 시아로 남은 이는 마가양을 포함해 130여명정도로 그녀들은 하피타운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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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 네가 대공이라해도 절차는 지켜야 한다. 이 절차들은 우리가 아닌 대공가에서 나온 것들이다.”

린다는 알리나를 보았다.
그녀가 슬쩍 눈을 피하는 것을 보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바르컨도 짐작하게 되었다.

평소에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알리나는 마녀들이 몰려왔을 때부터 노골적으로 바르컨에게 적대감을 나타냈다.

1년간 오르메에 머물 때, 바르컨은 마녀들과 의식을 치뤘다. 모든 마녀가 바르컨과 의식을 치룬 것은 아니다. 각자의 선택에 따라 행한 일이라 220명 정도의 마녀만 바르컨과 의식을 치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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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자격을 논하고 싶은 것인가?”

“그건…흠.”

갈루아는 융하르를 보며 도움을 청했다.

“그럼 모두 모였으니, 에르아나 린드 다리프대공전하의 부마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시작하겠습니다.”

‘검증이라…’

후보자라는 말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보다 검증한다는 말에 바르컨도 화가 났다. 곁에 있는 린다도 표정을 굳히고 있고, 푸루는 동반자의 감정을 대변해 물이 아닌 얼음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해봐, 너희가 뭘 검증할지 내 똑똑히 보아주지.”

린다의 차가운 말에 장내엔 침묵이 내려앉았다. 해일이 일기 전 물이 모두 빠져나간 바닷가의 풍경이 각자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때 갈루아가 다시 일어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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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케라요새에 있던 전사들이고 이서라와 피만도 그 속에 있었다.

“죄인 바르컨은 죽어 마땅한 자다. 그럼에도 나 진게인은 그에게 마지막 남길 말을 할 기회를 주겠다.”

진게인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바르컨의 턱을 칼집으로 들어올렸다.

“넌 대체…”

바르컨의 눈을 마주한 진게인은 한발 뒤로 주춤 물러났다.

“기회를 주니 고맙군.”

바르컨은 단상 바로 아래를 보았다.
그의 눈에 피만과 이서라가 보였다.

형형한 그의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둘은 고개를 돌렸다.

이어 바르컨은 군중을 바라보았다.
그 속에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그는 후드로 얼굴을 가린 이를 가만히 보았다.
후드로 모습을 감춘 이가 고개를 떨구자 바르컨은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렸다.

앞쪽에서 있던 누마니를 비롯한 바르컨 배틀리아의 생존자들을 본 바르컨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던 바르컨은 객차위에 올라선 여인 둘을 보았다. 프이페를 보던 그는 옆에 앉았던 여인이 천천히 일어나자 놀란 눈이 되었다.

“린다…?”

“바르컨…!”

프이페는 자신을 보던 바르컨이 돌연 놀란 눈이 되어 있자,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았다. 그곳엔 어느새 자신처럼 일어서 있던 대공이 있었다. 그리고 프이페는 바르컨의 이름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며, 곧 푸른 눈에 가득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보았다.

“대공 전하? 바르컨을…”

프이페는 두려워 뒷말을 꺼내지 못했다.

“오랜만이야.”

“바르컨…응. 오랜만이에요.”

“여기까진 무슨 일이야. 위험한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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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앞에선 율리아가 완전히 물러나자 창 비가 그쳤다. 그녀는 자신의 뒤에 선 기사들을 보고 다시 앞을 보았다. 길 위에 빼곡히 꽂힌 창들과 운이 없어 죽어버린 기사들이 보였다. 그걸 보며 찬란한 죽음이라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또…또!!! 명예를 모르는 멧돼지 같은 놈들아!!!”

율리아는 분노했다. 밥을 먹게 해주었기에, 앞선 공성에서 창을 날리지 않았기에, 명예를 안다 생각했다. 헌데 그게 착각이라고 생각이 들자, 적장에게 가졌던 눈꼽만큼의 존경심이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방패를 꺼내 와라! 창을 치워라! 적에게 더 이상 베풀 자비란 없다.”

*

“저건 뚫기 힘들겠는데요?”

누마니의 말에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심을 한건지, 날 믿은 건지. 저런 좋은 방패가 있었으면 진즉에 쓰지…멍청한 명예란 저런 것이다. 저러고 나서 나에게 원망을 하겠지? 믿었는데 창 던졌다고 지랄지랄 하겠지? 미련한 놈들이야… 적인데 눈앞까지 고스란히 오게 해준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오는지, 원…”

수현은 연신 혀를 찼다.